결국 믿을 것은 나 자신의 실력 뿐이다. by 바람

학부 시절, 교양으로 "인간지성사와 역사"라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다.
기말 과제로 중세시대 봉건제도에 대해 레포트를 쓴 적이 있었는데, 마지막 구절을 이렇게 적었었다.

"불안정한 외부상황에서 약자들은 신변안전과 재산의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자유를 강한 자(영주)에게 헌납하였고, 그 대가로 외부 위협으로부터의 안정을 얻었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삶은 유지하게 되었지만, 영주로부터의 억압과 궁핍한 생활환경에 시달리면서 점차 그들은 자유의 개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저 교회에서 약속하는 내세에서의 행복만을 꿈꾸는 존재가 되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모든 계약을 폐지하고 그들에게 다시 자유가 하사되었다 한 들 그들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을까? 아마도 그들은 차라리 봉건제도 하에서 자유를 제한받으며 착취당하는 것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생명에 대한 안전은 그들에게 자유보다 더욱 달콤하게 다가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동물들이 절대로 동물원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것 처럼."


나는 2012년의 자유민주주의 사회,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중세 봉건제도 시대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중세시대의 핵심권력은 토지였고, 오늘날의 핵심권력은 돈(자본)이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더 많은 토지와 강한 군사력을 갖춘 영주에게 귀속되어 안정되게 살아가는 것이 중세시대 삶이라면, 
더 많은 자본을 갖춘 조직에 귀속되어 안정되게 살아가는 것이 대다수 현대인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착취는 좀 당할지라도 말이다.)

공무원과 공기업이 최고의 직장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공무원은 나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사람이고, 공기업은 나라가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회사다.
가장 강한 자본을 갖춘 조직에 귀속되어 오랜 기간동안 안정된 삶을 약속받을 수 있기에
오늘도 신림동 고시촌의 공시생들은 밥 먹을 시간도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사기업도 마찬가지다. 가장 강한 자본을 갖추고 많은 보상을 약속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각종 스펙을 갖추기 위한 대학생들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예속되어 있는 자본으로부터 팽 당하는 순간, 그 사람은 사회라는 "정글"에 홀로 내던져지기에,
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은 상사가 더러워도 참고 하기 싫은 일을 시켜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본에 더욱 강하게 예속되기 위해 싫어하는 직장상사의 비위를 억지로 맞추고,
월화수목금금금 주 7일 출근에 밤 12시 야근도 불사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현실을 돌아보며 한 마디의 탄식을 뱉는다.
"사는게 다 그렇지 뭐.."

그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다.
첨단 기술력의 발달로 인류가 태양계의 끝까지 우주탐사선을 보내는 시대가 왔지만,
대다수 개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이상하게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자유를 만끽하는 것은 토지를 가진 영주나 넉넉한 자본을 가진 자본가,
혹은 로또에 당첨되어 아주 제한적인 확률로 큰 자본을 갖게 되는 사람들 뿐이다.


...


그런데 여기서 더 웃긴 건, 자본들도 예전만큼 단단하지가 못하다는 사실이다.
여러 국가들의 재정상황이 파탄에 이르고 있고, 파탄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나라들이 상당수다.
우리나라의 모 지자체들도 시한폭탄을 서로 돌려가며 터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경제활동에서 국가 간 경계의 의미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기업들은 아스라이 사라져버린다.
 
2011년 그리스는 국가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 3만 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고,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일본의 전자업체 SONY는 1만 6천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소니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에 그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불과 3~4년의 미래도 예측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예측해놓고도 다들 쉬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좀 더 맞을지도)


...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하루아침에 국가 재정이 파탄나고 거대 기업들이 공중분해되는 이 정글같은 세계화 사회에서
어떤 조직에 들어가기만 하면 몇 십년 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들은 다 거짓말이다. (공무원이던 사기업이던)
우리가 말하는 소위 "안정된 삶" 따위는 애초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아주 평범한 수준의 재산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가장 확실한 생존방법은 오직 나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분야에서 확실하게 커리어를 쌓고 전문성을 길러서 나 스스로가 독립된 "자본"이 되는 것이다.
취업했다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진정 한 번 뿐인 인생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


그렇다고 엄청나게 심각한 인생을 살 필요는 없고, (그러기도 싫고)
그냥 배움과 발전 자체를 즐기면 되는거다.

덧글

  • 수지 2012/04/05 04:58 # 삭제 답글

    새벽 2시에 쌩뚱맞은 카톡 보내더니 또 그새 잠들어버린 오빠.............
    낮에 커피 한잔 마셨다구 나는 이 시간까지도 말똥말똥..........클났음...
    여튼 오빠 블로그 완전 오랜만! 발도장 찍구 갑니다!
    그치만 너무 업뎃이 느려요 에잇! 분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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