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라고는 가벼운 가요만 듣던 내가 락과 메탈이라는 무거운 음악을 즐겨듣게 된 건 고3 무렵이었다.
친구의 강력한 권유로 시디 몇 개를 들어보게 되었는데, 지루한 고3 생활에 활력소가 되었던 것 같다.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드는 전자기타와 드럼 소리, 내지르는 보컬에 스트레스가 날아가곤 했는데,
그 때부터 주변에서는 나의 음악취향을 두고 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저런걸 노래라고 듣냐고..
물론 나의 취향을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고, 시디만 몇 십만원 어치를 산 것 같다.
몇 년 뒤, 즐겨듣는 음악이라는 것이 사람의 성격도 바꿀 수 있다는 걸 슬슬 느꼈다.
매사에 표정이 무거워보인다는 말을 점점 많이 들었고, 사고방식마저 어두워졌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에 5~6시간은 이어폰을 꼽고 살았던 내가 주로 듣던 음악이라는 것은
날카롭게 소리지르고, 어두운 음색의 기타에 드럼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기에...
하루 중 5~6시간은 난 그런 어두운 사람으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점점 그것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군대에 갔고, 하루 1시간 컴퓨터를 할 수 있었던 일명 "사이버 지식정보방" 구석탱이 자리에서
참으로 신선하고 프레시한 음악을 듣게 됐다. 그 이름은 바로 DEPAPEPE.
노래는 일절 하지 않고, 기타 두 대로 만들어내는 아주 단순한 어쿠스틱 사운드.
인터넷 프로필에는 한 명이 반주를 하면 한 명이 멜로디를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 듀오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에 들었던 곡은 DEPAPEPE의 데뷔곡이자 영원한 대표곡인 SATRT.
화사한 기타 두 대의 선율을 듣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산뜻한 느낌이 마구마구 밀려왔다.

<어쿠스틱 기타 듀오, DEPAPEPE>
<DEPAPEPE - START>
그 날 부로 군대에서 한참 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은 온통 데파페페의 음악이 되었고,
이 곡을 처음 들었던 2006년 초부터 2012년 현재까지 START만 천 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질릴만할 때 쯤에 한 두달 정도 쉬어주다가 또 들으면, 아직까지도 처음의 그 상쾌함이 느껴진다.
물론 이 외에도 수 많은 데파페페의 명곡들이 있다.
데파페페의 음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당연히 이 단어가 나올 것 같다. "POSITIVE"
어쿠스틱 기타의 화사하고 따뜻한 선율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하나같이 밝고 경쾌하다.
데파페페는 곡을 쓸 때 특히나 파란 하늘, 넓게 펼쳐진 바다,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 등
주변의 자연과 풍경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 모양이다.
맑게 개인 날씨에 파란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느껴지는 설렘,
쫙 펼쳐진 들판에 앉아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의 시원함과 여유,
태양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있을 때의 신남,
석양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면 느껴지는 약간의 센치한 느낌 등 등
기타 두 대로 이 많은 풍경과 감정들을 표현해내는 것을 듣고 있자면 마음이 맑아진다.
교환학생 가겠다고 안되던 영어공부 할 때, 복학하고 장학금 받아보겠다고 맨 땅에 헤딩할 때,
때로는 뜻대로 잘 안풀려서 축 쳐져있다가도 데파페페의 노래를 몇 곡 들으면 다시 밝아지곤 했다.
그리고는 언제나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중에 다른 건 몰라도 꼭 기타는 배우겠다고.
그래서 내 손으로 직접 당신들의 사운드를 재현해 주리라! 나를 위로해줬던 바로 그 음악들을.
여전히 내 아이폰에는 데파페페의 곡이 어떤 가수의 곡보다 많이 저장되어 있다.
요새 신보가 나와서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듣는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데파페페를 한 6년 넘게 듣다 보니까 확실히 내 자신이 밝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래를 들을 때의 밝고 경쾌하고 신나는 그 느낌이 하루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락이나 메탈은 안들은지 너무 오래되서 이제 기억이 안난다.
가끔 예전의 향수가 찾아와 몇 곡 찾아서 듣게 되지만, 한 번 듣고는 다시 지운다.
무겁고 심각해서 듣기가 부담스럽다.
아! 진짜 너무너무 좋은 데파페페.
계속 오래오래 활동하길 바란다 정말로.
다시 한국에 오면 그 때는 정말로 꼭 보러 갈게 너희들 콘서트!!

*데파페페 추천곡 10선
1. Start
2. Over the sea
3. Sky! Sky! Sky!
4. 좋은 날이었다
5. 청춘컴백!
6. ONE
7. 비 갠 후에
8. 분명 다시 언젠가
9. Rahaina
10. Slow sunset
공유하기 버튼
|
|


덧글
찡 2012/01/29 20:04 # 삭제 답글
잘읽구갑니당